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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 노천카페의 시간시(詩)/문정희 2023. 10. 13. 07:05
허물린 돌 더미 같은 저녁 시간
낯선 노천카페에
내가 앉아 있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었지만
미처 벗지 못한 두려움이 함께 앉아있다
모르는 사람이 곁으로 온다
그는 가만히 내 곁으로 오더니
선채로 자연스럽게 능숙하게
자기 손에 든 컵에다
새로 주문한 내 아이스커피를 따라 부었다
그리고 유유히 저쪽으로 사라졌다
노숙 차림이 바람 한 점 펄럭이지 않는다
저녁이 내려오는 노천카페의 시간
그것이 무엇이든
알아도 몰라도 좋다
새로 막 주문한 빈 컵을 앞에 놓고
낯선 노천카페에
내가 앉아 있다
(그림 : 송지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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