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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 사랑보험시(詩)/문정희 2018. 9. 7. 22:58
남산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순간에 내 차를 들이받고 공포에 떨고 있는 퀵서비스를
그냥 보내 주었듯이
그렇게 너를 보내 줄 수는 없을까 몰라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전조등을 갈아 끼우고
부러진 등뼈를 펴고
내상을 수리할 수는 없을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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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뚝뚝 떨어지는 몸으로
바다에서 솟아올라
심장 깊숙이 돌진해 온 돌고래를
바다로 고스란히 돌려보낼 수는 없을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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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하니 생명을 뒤흔든 접촉 사고
꽃송이처럼 생생한 바큇자국들
얼마나 긴 시간을 으깨어야 지울 수 있을까 몰라
어느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야 할까 몰라
(그림 : 김소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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