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정희성 - 유행가만큼도
    시(詩)/정희성 2023. 8. 13. 20:37

     

      역전 리어카 유행가만큼도

      나는 사랑하지 못했네

     

      척살할 매국오적 수배 전단도 아닌데 내가 속 뒤집어 놓고 온 여자, 못칼을 던지며

    이를 갈겠네 내가 지칠 틈도 없이 잊어진 여자, 용하다는 무녀한테 부적을 사들이겠지

    삼재를 넘기고 새치를 고르며 저녁 열차표를 끊을 거야 정동진 소나무 같은 데서 서성

    이다가 잘 빻은 뼛가루 뿌리듯 내 얼굴 묻고 오겠지

     

      사랑하는 당신이 울어버리면 난 몰라 난 몰라

      아니 아니 나도 따라 울고 말 거야

     

      사랑은 어쩌면 유별이 아니라 유치한 것

      장 그르니에 서정문장의 고백보다

      내가 더 좋아하고 말 거야, 떼쓰는 것

     

      솜과자 하나 들이밀지 못하고

      볼 빨간 홍옥 하나 쥐여 주지 못했지

      안개꽃 너머 눈물 훔치던 너 따라 울지 못했지

      내 먼저 울어주지 못했지

     

      저녁 열차 개찰구 앞에서 따라가지 못했네

      삼패기생 젓가락 장단만큼도 사랑을 몰랐네

    (그림 : 남일 화백)

    '시(詩) > 정희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희성 - 다시 연두  (0) 2022.08.19
    정희성 - 연두  (0) 2019.01.28
    정희성 - 새벽노을  (0) 2018.03.18
    정희성 - 집에 못 가다  (0) 2017.12.04
    정희성 - 오지 않는 버스  (0) 2017.02.1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