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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 - 유행가만큼도시(詩)/정희성 2023. 8. 13. 20:37
역전 리어카 유행가만큼도
나는 사랑하지 못했네
척살할 매국오적 수배 전단도 아닌데 내가 속 뒤집어 놓고 온 여자, 못칼을 던지며
이를 갈겠네 내가 지칠 틈도 없이 잊어진 여자, 용하다는 무녀한테 부적을 사들이겠지
삼재를 넘기고 새치를 고르며 저녁 열차표를 끊을 거야 정동진 소나무 같은 데서 서성
이다가 잘 빻은 뼛가루 뿌리듯 내 얼굴 묻고 오겠지
사랑하는 당신이 울어버리면 난 몰라 난 몰라
아니 아니 나도 따라 울고 말 거야
사랑은 어쩌면 유별이 아니라 유치한 것
장 그르니에 서정문장의 고백보다
내가 더 좋아하고 말 거야, 떼쓰는 것
솜과자 하나 들이밀지 못하고
볼 빨간 홍옥 하나 쥐여 주지 못했지
안개꽃 너머 눈물 훔치던 너 따라 울지 못했지
내 먼저 울어주지 못했지
저녁 열차 개찰구 앞에서 따라가지 못했네
삼패기생 젓가락 장단만큼도 사랑을 몰랐네
(그림 : 남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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