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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옥 - 게 누구 없소시(詩)/시(詩) 2023. 7. 13. 15:20
꽃으로 말하자면 나는 찌그러진 꽃입니다
세상은 흔들흔들
그러면 살맛도 가버리고
몸은 줄어서 하루종일 둥둥 떠다닙니다
여기저기 부딪치다가 몇 사람 생각하고
전화를 합니다
내색하기 싫어 헛소리만 자꾸하면
알아들은 그가 외로움 닮은 목소리로
길게 길게 말하면 나는 짧게 짧게 대답한답니다
어느 깊이에 들어가 있을 때
내 발로 나오기가 설겅거리면 별짓을 다 한답니다
바다로 가 소금 절이거나
거리에서 바람이 되거나
혼자 짓입니다
내 밥은 같이 먹을 수 있어도
마음속 밥은 힘들어
혼자 꾸역꾸역
그 꾸역꾸역이 더 체해서
그럴 때 먹는 약은 시간이라고요?
세상은 고역한 것만은 아니었고
입 씻고
내일은 히히덕거리며 돌아다녀도
오늘 내가 망하면
보는 당신도 망하고
덩달아 세상도 망한답니다
(그림 : 윤성옥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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