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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옥 - 도시는 추억이다시(詩)/시(詩) 2023. 7. 13. 15:09
다리는 추억으로 있다
들떠서 손짓하며 습관처럼 한강을 기웃거리고
대머리만한 섬에는 새들 무얼 하는지 풀 몇 올 어슬렁
어둠으로 간다
사람 안 죽은 아랫목 없고 그 위로
다른 아랫목이 들어서고
어둠을 지나면 동대문을 끼고 차들은 시간처럼 내빼고
자, 이제 종로로 오르면 훌쩍였던 겨울
길었던 여름 잘 숨겨져 있어
사라졌던 사람들이 슬적 와서 툭 치고는
나를 남긴다
구두 소리 풀면서 멈추어
부대고기 해장국 햄 듬뿍 넣고 어쩌고
본가가 변한 선술집 앞에서
들어갈까 돌아갈까 할머니,
건물은 아뜩한데 골목은 펄떡거려
소금 쳐 구우면 잘도 생각나는 그리움들
사람들 따라 급하게 가고 급하게 되돌아오면
남의 집 남의 발자국 남의 몸뚱이 빌려
도시를 추억으로 눈물로 만든다
좋은 사람 만나 밥도 먹고
포장마차 뜨거운 홍합국물 들이켜면
마음도 미움도 멀리 가서
횡설수설 밤 깊고
처음의 다리로 돌아오면 어두워
새들 아직 횡설수설인데
돌아보면 그리운 사람들 발 뻗고 누웠는데
허허벌판으로 가고 있다
(그림 : 양준모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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