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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 푸른 자전거시(詩)/이재무 2023. 3. 17. 20:52
그녀는 자전거를 잘 탔다
그녀의 자전거는 세상 얼룩을 닦는 수건이었다
자전거가 지나가면
잘 닦은 유리창처럼 세상이 빛났다
마법 같은 푸른 자전거
자전거가 지나가면
길가 풀잎들 기립박수를 쳐대고
나뭇잎들은 환호작약하면서 하얗게 몸을 뒤집었다
안장 위에서 웃는 웃음소리는
종소리처럼 공중에 번져 파문을 일으켰다
열여섯 그녀가 자전거를 타는 날은
세상도 덩달아 열여섯 살이 되었다
(그림 : 안기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