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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운 - 편지에 대해 편지 쓰는 사람을시(詩)/시(詩) 2023. 2. 23. 06:44
지나가버린 편지. 이미 쓴 편지. 못 건넨 편지. 너는 훗날 수신인을 되살려내 그제야 편지를 건네려다가도 문득 망설이지. 편지의 내용과 달라져 있는 네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제 너는 그 마음에 대해서 또한 썼다. 편지에 대해 편지 쓰는 사람이 되어서. 편지의 편지를. 편지 쓴 순간부터 서서히 변화해온 것들에 대해서. 그렇게 두 편지를 나란히 놓고 바라보고 있지. 이제는 순서를 거꾸로 해서 읽어보고. 또 되풀이해서. 그 사이에서 어떤 감정이 생겨날까. 편지. 너는 물성과 상실에 대해서 생각해. 두 편지를 접어 패를 섞듯 섞었지. 너는 오래 눈 감은 채 두 편지를 바라보았다.
(그림 : 최정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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