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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잊는다 해도
기계 소리 때문에 들리질 않아요
공장 라인에서 그녀가 말한다 해도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허공이라도 기억합니다
기억했다가 어느 외롭고 쓸쓸한 날에
어디에선가 나무가 속삭여줄 거예요
오오! 사랑한다고
모조리 묻혀도
물소리 때문에 안들려도
변두리 여인숙 욕실에서 그녀가 말한다 해도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콘크리트 벽이라도 기억합니다
기억했다가 추운 겨울 웃풍에 싸늘히 식은
알루미늄 섀시에 소스라쳤다가 오오! 따끈한 살갗에 안도하듯
어느 스산한 골목 삭풍이 뒷덜미를 서늘하게 할 때
웬일인지 온통 실내가 새카만 돼지갈빗집에서 새어나온 훈풍처럼
귀에 따스한 입김이 되어 스밀 거예요
사랑한다고
(그림 : 이광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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