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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너와 나는 인사를 나누는 잘못을 한 것 같고 겨울이 오는 잘못을 한 것 같다.
겨울이 오면 우리는 잊었던 잘못을 한다.
거리에 서서 거리를 나란히 걸으면서 계속 똑같은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잘못을 좋아한다.
그러면 우리와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너와 나는 조금 미친 것 같은 말을 햇살이 비친다는 말을 한 것 같다.
해가 짧아지는 충동적인 나무 옆에
처음으로 말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몰아내지 않으면 우리를 둘러싼 이 짙은 안개가 물러날 것이다.
그때 너와 나는 여기저기 생겨나는 안개처럼 보일 것이다.
다가오는 것인지 멀어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건물들이 터무니없이
안개 속에 너무 깊이 박혀 있는 듯 보일 것이다.
(그림 : 안기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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