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철 - 네 켤레의 신발

 

오늘 저 나직한 지붕 아래서

코와 눈매가 닮은 식구들이 모여 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은

얼마나 따뜻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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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만져서 반짝이는 찻잔, 잘 닦은 마룻바닥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소리 내는 창문 안에서

이제 스무 해를 함께 산 부부가 식탁에 앉아

안나 카레리나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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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긴 휘파람으로 불어왔는지, 커튼 안까지 달려온 별빛으로

이마까지 덮은 아들의 머리카락 수를 헬 수 있는

밤은 얼마나 아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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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와 배추 반 단의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의 전화번호를

마음으로 외는 시간이란 얼마나 넉넉한가

흙이 묻어도 정겨운, 함께 놓이면 그것이 곧 가족이고 식구인

네 켤레의 신발

(그림 : 최성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