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관 - 하찮은 물음시(詩)/시(詩) 2022. 12. 17. 17:52
시도 때도 없이 들었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어느 대학 가고 싶니, 죽을 둥 살 둥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고등학교를 묻고, 회사에서는 대학교와 학과를 묻고, 결혼 후에는 어디에 있는 몇 평 아파트에 사느냐 묻고, 늙은 요즘에는 자식들이 무얼 하느냐고 묻는다
하찮은 물음에 답할 수 있을 만큼 하찮게 살아왔지만
물어보려면,
저 별빛은 언제 태어났는지,「전태일 평전」을 읽고 뒤척이다 아침을 맞은 적 있는지, 귀를 자른 한 화가의 자화상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詩)가 얼마나 많은지, 당황하더라도 이 정도는 물어야지
아니면 최소한,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를 물어줘야지
아침마다 새들이 묻는 소리에
내 마음에 꽃 한 송이 피우는데
(그림 : 이기우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배 - 고래는 바다에서 죽는다 (0) 2022.12.23 신순말 - 새 (0) 2022.12.21 정복언 - 돌탑 (0) 2022.12.17 배영옥 - 늦게 온 사람 (0) 2022.12.17 이기리 - 안식이 온다면 (0) 2022.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