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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빛처럼 쏟아지는 뜨거운 햇빛
염전이 말라가자
바닷물이 서릿발처럼 각을 세우며 일어섰다
물이 짜디짠 고집을 부리는데
빛의 염색체가 전이되었기 때문
그러므로 소금은 언제나 불덩이 같아
살아있는 것들의 뜨거운 피가 된다
염전에 간 적이 있다
태양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바닷물을 끓일 듯 햇빛 내리쬐는데
늙은 염부가 물속에서 소금을 건진다
나는 아직 어려서 어떻게 소금이 만들어지는지를 몰랐지만
그 모습이 하도 신기했다
염부는 밀대로 물 속에서 일렁이는 소금을
마당의 눈 밀 듯
힘겹게 밀어 모았다
뜨거운 소금이 하얀 쌀처럼 쌓이는 동안에도
햇빛은 소금의 짠맛에 간을 더하는데
그 짠맛에 염부의 땀방울을 보탰다
삶은 늘 짜다는데
또다시 염부가 수만 번 밀대질 할 소금들이
땡볕에 살얼음처럼 얼고 있었다
(그림 : 박주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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