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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률 - 가을 나무
    시(詩)/이병률 2022. 9. 30. 14:57

     

    뭔가를 정하고 싶을 때나
    뭔가를 정할 수 없을 때
    나뭇잎의 방향을 보라

    나무가 잎을 매달고 잎을 떨어뜨려 흩뿌리는 계절엔
    다 이유가 있으니

    뭔가를 알고 싶을 때도
    알아야 하는 것이 진실이 아닐 때에도

    새가 열매를 물고 날아가는 그쪽 방향을 보라
    나뭇가지에 열매를 매다는 것에도 할말이 있으니

    가을 한철의 그리움들은 힘을 놓고
    끊어진 힘들은 다시 어느 한곳에 모여
    나무로 자랄 것이니

    부디 하고 싶은 것이 있거나
    하고 싶은 것들을 조용히 거둘 때도
    나무뿌리 가까이에 심장을 대보라
    흙으로 덮이면 덮일수록 뿌리는 내리고 내려
    가닿는 데가 닿을 데라는 것을 알게 될 테니

    그러니 기차가 떠나버렸거나
    기다리는 사람이 오지 않을 때에는
    겨울 할아버지 앞으로 몰려가 수북이 질문을 하는
    나뭇잎의 흩어지는 방향을 보라

    (그림 : 서정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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