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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 열차 시간표시(詩)/이병률 2022. 2. 16. 11:17
막차를 기다리며 시간표를 올려다 본다
문적문적해진 시간들이
시간표에 적혀 있다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일까
시간을 되돌리려 몸을 비트는데
자신의 혈관에 스스로 부딪혀 금이 간
시각표 한 귀퉁이에 생긴 균열
그 틈에 나방이 앉아 있다
기차에 올라 사무치게 울었던 시간도
간간이 그 이유를 물었던 시간도
펜 뚜껑을 열자마자 질질 흐르는 잉크처럼
용케도 이유가 찾아지지 않았던 시간에도 금이 가 있다
누군가도 등짝 잃은 사람처럼 아무 멱살에 안겨
어디 뜨거운 굴속으로 폭풍 속으로 들어가자 했을까
그곳이 막다른 시간의 저곳이어서 틈은 벌어졌을까
시간 사용자들의 균열을 받아내고 있는
저 시간의 못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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