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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환 - 소등과 점등 사이시(詩)/시(詩) 2022. 7. 25. 14:11
빛이 안으로 들어와 눈부시면
목숨의 곁가지야 아무렇지 않게 놓아주어야 할 일이다
언제부터 빛은 소멸이었는지
언제부터 씨앗이 죽은 것의 다른 이름이었는지
그런 사실을 알았을 땐
아무렇지 않게 생활이 우스꽝스럽고
가끔 팔자에도 없는 호사를 누릴 때도
별것 없는 술객의 처량이 밝게 빛나는 것이다
눈을 감고 길을 걸었다
소멸되는 점등의 시간을 뒤로 하고
또 걷다 보면 별이 무덤처럼 보이면서
동공 안으로 들어온 빛의 입자는
고장 난 신호등처럼 까마득하였다
간판이 꺼진 길
골목을 배회하는 한 사람의 뒷목이 빛의 배후로 남아 있다(그림 : 김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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