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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자가 그림자로 생각될 때
꿈속에서도 그림자를 따라다닌 적 있다
그늘과 그림자를 깨달았을 때 빛이 보인다는 걸
운명처럼 뒤늦게 알게 해 준
그림자와 그리운 자 사이
내 한쪽은 그리운 자였고
너의 한쪽이 그림자가 되어 서로 마주 보았던 계절
그림자가 좋아
빛이 달아준 그림자를
빛보다 융숭한 맑음이라 여기며
내 그리움과 너의 그림자 사이에 부는 호젓한 바람을 맞으며
우리가 다시 나팔을 분다고 할 때
꿈에서도 그림자만 따라다니는 일몰 근처에
내 한쪽을 다른 한쪽에 안겨주지 못하더라도
그리운 자, 그림자 사이로 보이는 비혹한 배경
그림자가 좋아
(그림 : 김현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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