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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담벼락은 샤넬 No. 5
거리의 장미들은
몸 전체로 향을 피워내는 법을 안다
불가리아 벌판에서 자라
손가락 긴 파리지엥의 귓불에서 증폭될
흑장미들은 모른다
마을버스의 승객들과 인사하는 법
가슴 속에 피어 종점까지 길게 향을 간직하는 법
장미의 마을에서는 소음도 향이 된다
코로나로 닫혀있던 학교 문이 장미의 계절에 열리고
꽃보다 향이 깊은 아이들은
아름다운 소음을 뱉어낸다
이야기를 먹고 자란 장미들은
사춘기의 하굣길을 훌쩍 키 크게 한다
그래서 길에서 자란 장미들은
뜨거운 햇살에도 시들지 않는다
울타리를 넘어온 장미에 취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소녀가 스틸 컷이 되어버린 모퉁이
노선버스들은 장미 향을 담기 위해
빈 차로 왔다
(그림 : 장종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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