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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 호박고지시(詩)/이정록 2022. 7. 5. 16:32
호박벌이나
호랑나비의 크기를 생각하면
호박꽃이 너무 커다랗다는 생각이 들다가도,애호박 일곱 개에
늙은 호박 두 개뿐이라고 생각하면
호박덩굴이 참 기다랗다는 생각이 들다가도,울타리에 주렁주렁 매달린 호박고지를 생각하면
호박꽃은 더 크게 웃어도 되고
호박덩굴은 아랫마을까지 열 바퀴쯤
돌고 돌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호박전, 호박찜, 호박김치, 호박범벅
호박죽, 호박엿, 호박지짐이, 호박오가리,
청둥호박나물, 호박 된장찌개를 다 늘어놓고
호박 음악대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늙은 호박 속에서
겨우내 호박 등 밝히고 만화책이나 읽으며
호박씨나 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그림 : 이재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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