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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 어른의 꿈시(詩)/이정록 2022. 10. 18. 06:57
내가 열살이 되었을 때
시소와 그네는 마지막인 줄 알았죠
어린이 놀이터는 끝인 줄 알았죠
어른이 된 뒤, 깊은 밤
쓸쓸히 그네에 앉아 있곤 하죠
홀로 삼켜야 할 걱정이 많거든요
나이가 들수록 새벽에
홀로 시소에 앉아 있곤 하죠
저 아래 낭떠러지로 미끄러진 나를
어떻게든 끌어 올려야 하거든요
내가 열 살이 되었을 때
색종이와 인형은 마지막인 줄 알았죠
문방구 앞 오락기는 끝인 줄 알았죠
어른이 된 뒤, 깊은 밤
쓸쓸히 인형을 안아볼 때 많죠
함께 등을 토닥였으면, 토닥였으면
나이가 들수록 새벽에
담뱃갑 뜯어 학을 접곤 하죠
하늘 높이 날아가버린 꿈을
어떻게든 다시 데려와야 하거든요
슬픔도 걱정도 무지개 너머로
아픔도 한숨도 별빛보다 멀리
나는 언제나 여럿이 홀로 무지개처럼
나는 언제나 여럿이 함께 별빛처럼
(그림 : 고찬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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