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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철 - 달동네에 달이 없다시(詩)/시(詩) 2022. 5. 27. 16:15
눈물 글썽이며 봄은 가고 있다
어쩌면 마지막 봄이라는 걸, 아는 것처럼
산수유 매화 벚꽃 이별이 서러운 듯
서로 어깨를 다독이며 세월을 읽고 있다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갈 곳 없는 사람들
오십여 년 전 불암산 자락에 둥지를 틀었다
하늘아래 마지막 달동네
허허벌판 산 104번지 백사마을
나라에서 주는
대지 여덟 평 벽돌 이백 장으로
생의 밑바닥에서 새 삶을 시작한 사람들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꿈같은
고향 같은 동네가 사라진다니 눈물이 앞선다
이곳에서 53년을 살았다는
팔십대 중반인 나 씨 부부
시름이 가득하다
재개발 하면 오년은 걸릴 텐데
그때가 되면 구순의 나이 살아나 있으려는지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내년 봄 제비들은 어느 처마에 둥지를 트려나
(그림 : 김동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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