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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 서울살이 40년시(詩)/시(詩) 2022. 2. 20. 14:59
생각해보니 서울살이 어언 사십 년
타향살이가 본적지 그늘보다 더 깊다.
스무 살, 서른 살 청년은 가고
한때 두 아이 아버지였던 내가
이젠 홀로 저물어가고 있다.
목구멍에 밥숟가락 찔러 넣겠다고
마포대교나 당산철교 혹은 양화대교를
그간 수백 수천 번씩 오갔던 사내가
오늘도 어김없이 한강을 건넌다.
때론 절두산 하늘 너머
뉘엿뉘엿 해 떨어지던 날
저 다리 아래 강물 속으로
훌쩍 낙하하고픈 날들도 있었다.
밤섬 지나 선유도공원 그 옆 양화대교
행주산성 국숫집 지나 더덜나루 위로
철새들이 떼 지어 날아오르고 있다.
이제 한 살만 더 잡수면
환갑 진갑 찾아, 오시것다.
아무렴 먼 길 에돌아 왔다.
갈수록 사는 게 되다.
(그림 : 양종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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