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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화 - 줄다리기시(詩)/시(詩) 2022. 2. 19. 09:57
마을이 편을 가릅니다
아침저녁으로 갈리는 앞산의 양지와
뒷산의 그늘이 바뀌듯
윗마을과 아랫마을이 편을 가릅니다
이상하리만치 흥이 납니다
끌려가는 사람들이나 끌고 가는 사람들
겨드랑이에 낀 밧줄 하나로
그어놓은 금 하나를 넘지 않으려고
뒤로 숙인 몸이 안간 힘을 씁니다
태양이 어느 쪽에 있는지
별가리개가 어느 쪽에 쳐져있는지
읍내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버섯 망친 골짜기 집이
어디로 야반도주했는지 모릅니다
힘을 모으는 구령소리
금 하나만 넘으면 와르르 섞입니다
옷에 흙이 묻고
팔꿈치가 까지고 신발이 벗겨집니다
그렇게 섞이는 겁니다
발로 쓱쓱 지우면 사라지는 금
이기고 지는 것들의 증거가 사라집니다
오늘 하루는 태양의 중심에서,
버티는 그늘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그림 : 한희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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