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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광장이 소란하다
서리꽃 피어도 머리끈 질끈 동여매고
세파에 맞서는 저 푸른 배추
여민 옷깃 야무지다
무더기로 연행되어 생살 파고드는 짠물 고문에
의식은 마디마디 풀려 너덜너덜하지만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그전부터 내려온 내력이다
각지에서 올라온 성깔 맵고 짠 것들
비록 양념이지만 힘 보태야 한다며 술렁인다
한목소리 내겠다며, 한통속 되겠다며
핏줄 붉게 돋은 고춧가루
최루가스에도 눈물 참고 견뎌온 대파 양파
무며, 당근이며, 갓이며
핍박 심할수록 더욱 뭉쳐지는 단단한 결속
모엽의 포로 되어 깊은 독에 갇히어도
옹기종기 기대앉아 서로를 다독인다
저들로 차려질 연대의 밥상
세상 눈물 나게 깊은 맛 나겠다
(그림 : 남중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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