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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옥희 언니 집에서
속눈썹 가발을 만드는 수공 일을 했다
얇은 줄 양쪽을 고정된 대에 걸고
그 줄에
머리카락을 매달았다
머리에 코가 달린 바늘로
조심조심 머리카락을 떠 걸어가다 보면
줄은 어김없이 끊어지고 말았다
하루 종일
공을 들여도
눈꺼풀 한쪽이 완성되지 않았다
줄이 끊어지는 순간
해도 해도 벗어나지 못하던
어린 시절의 가난처럼 무력해지기만 했다
손은 아직
그 감각을 기억하고 있다
애를 쓰면 쓸수록
줄은 나를 견디지 못하곤 했다
그 줄을 잦바듬히 잡고 지금까지 왔다
그러나 가끔 삶은 파르르 떨며 끊기기도 했다잦바듬히 : 뒤로 자빠질 듯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는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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