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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 생존 수영시(詩)/시(詩) 2021. 11. 2. 18:26
우리는 많은 일을 함께했지
너에게 수영을 배운 건 정말 잘한 일이야
평소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내가 가진 숨은 이 정도라는 것
깊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것
눕기만 하면 돼,
동작이나 호흡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별일 아니라는 태도 덕분에
두 손은 어깨를 밀고
내가 물에 뜰 줄 몰랐어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
그 틈으로 흐르는 구름과 쏟아지는 별
아무렇게나 휘저어도 어디론가 나아가는
팔과 다리, 그을린 얼굴
숨을 뱉으면 들이마실 수 있다
길에서는 가라앉지 않는다
살아 있는 사람처럼 길을 걷는다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림 : 문세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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