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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섭 - 상강(霜降)시(詩)/시(詩) 2021. 10. 30. 11:21
어디선가 여명을 삐개며
들리는 듯 차가운 신음소리
축 처진 고추 잎 사이로
빨간 고추가 깔깔 웃는다.
바구니 들고 달려온
우리 엄마
빨간 잠자리가
수건 쓴 머리위에
앉아볼까 나풀나풀 재주부린다.
산달이 가까온
만삭의 허연 배를 들어내 놓고
칙간 위에서 내려다보는
박 덩이가 밍구스럽다.
내일은 녹두밭
모래는 배추밭
상강(霜降)이란 놈이 볶아대니
단풍구경은 내년에 할랜다.상강(霜降) : 한로와 입동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 양력 10월 23일 무렵이다. 태양의 황경이 210°이며, 한로 뒤 15일째 날로,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나, 밤 기온은 서리가 내릴 정도로 매우 낮아져서 춥다. '상강'이라는 말의 뜻이 '서리가 내리다'이다. 이맘 때쯤이면 추수가 거의 끝나고, 동물들은 일찌감치 겨울잠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그림 : 황정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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