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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심 - 내 슬픔에 수저를 얹고
    시(詩)/시(詩) 2021. 7. 16. 12:02

     

    끼니때마다 호명되는 냄비가 덜컹덜컹 우는 것은 맞지 않는 뚜껑 때문인데

    간처럼 졸아붙는 삼중바닥이 되지 못한 까닭인데 이를테면

     

    한술 밥에 배부르다는 착각이

    한술 밥에 배불리려는 억지가 시궁쥐에게 갉아 먹히는 것인데

     

    잊을 만하면 입속의 차가운 말들을 불태우고

    그때 내 슬픔에 수저를 얹고 밥 먹어둔다는 말은 얼마나 고픈 말이었나

     

    숙식제공과 월수입 보장의 한복판에서 몇 개의 뺨을 적시느라 다 써버린 눈

    물이 배불러오는 공복을 허겁지겁 퍼먹던 그때 밥이 밥을 굶기던 그때

     

    꺼질 듯 말 듯한 신화 그것이 연민을 불살라먹던 불씨라는 걸

    탈 듯 말 듯한 연민 그것이 불씨를 익혀먹던 신화라는 걸

     

    아름다운 불구경을 건너면 뿌리내린 공복에게 젖 물리는 안부조차 누군가에게

    먹히는 밥이어서 쉽게 식는 수저에 들러붙는 파리 떼

    조롱은 뒷모습으로 웃고

     

    약이 바짝 오른 끼니 하나가 밥 얻어먹는 사람을 시커멓게 바라보던 그때

    (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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