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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한옥 - 공연한 기쁨시(詩)/시(詩) 2021. 7. 11. 13:29
아침에 일어나니 공연히 기쁘다
그리 기뻐할 일 아니다
슬픔 또한 공연히 오는 것이니
사소함에서 오는 것들
피도 살도 섞이지 않은 젊은이의 달디단 노래 있어
치명적 재난을 넘어온 기쁨도
뜨거운 황토밭이
초록으로 익어가는 하짓날
오이와 고추 익는 기쁨도 공연한 기쁨
햇빛 가려주는 옹색한 우산 아래
달아나는 그늘 따라 돌아가며 앉을 때
그림자 내려와 저린 무릎에 앉는 공연한 기쁨
응달 깊은 구미 서녘 텃밭에
살구 노랗게 익어가는 그 바람 속
대소쿠리 가득 가지 고추 넘치던 그 바람에
햇빛 따라온 어머니 그림자 공연한 슬픔
낮에도 밤에도 오이는 길어지고
나는 기억 속 어머니 따라가고
옆에 있는 것 같아도 날마다 혼자 가는 들길
하지감자처럼 묻힌 채 늙어간다
땅으로 가는 길
공연히 기뻐하며
공연히 슬퍼하며,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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