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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시 다섯 시에 머물다가 흘러가는 손처럼
빨간 사과가 허공에 획을 그으며 실려 나간다
당신이란 결국 한 컷의 허구였던 것
당신이란 결국 한 생애의 불편하고 낡은 의자였던 것
손뼉을 치거나 머리핀을 꽂을 때마다 자욱하던 빛들의
막무가내를
한 날의 어느 페이지에도 끼워 넣을 수 없는 캄캄한 생
의 안팎
아주 잠시 여섯 시에 머물다가 사라지는 어깨처럼
유리창을 구기며 물의 발굽들이 흘러내린다
(그림 : 김태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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