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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옥 - 뽑힌 못시(詩)/시(詩) 2021. 6. 28. 12:36
네게 깊이 박히고 싶었으나
망치질을 견디지 못하고 구부러진 나는
너의 고운 살결에 상처만 남기고
나는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네게서 뽑힌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끝내 빠지지도 않아서
구부러진 채로 네게 매달려 있다면
네게는 더 큰 아픔이었을 게다
끝이 무디어 네게 깊이 박히지 못한 죄로
뿌리까지 뽑히어 이렇게
잡동사니 어우러진 못그릇에서
뻘겋게 녹이 슬어
세월에 말없이 몸피가 줄어 간다
이젠 네 몸의 상처도
다른 못이 가려줬을 줄 믿는다
다만 나의 구부러진 사랑을
간간이 되씹어 본다
아직도 들척지근한 단맛이 난다(그림 : 김태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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