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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미나 - 커튼콜
    시(詩)/시(詩) 2021. 6. 26. 14:29

     

    그가 웃기려 할 때 사람들은 웃지 않았고
    그가 진지할 때 사람들은 웃었습니다

    웃긴다는 말과 우습다는 말 사이에서
    모자 밖으로 미리 나와버린 비둘기처럼 어리둥절한 자세로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사람

    단지 키가 작아서 사람들을 올려다봤는데
    누군가는 비굴한 눈빛을 읽고
    누군가는 도와주고 싶어 했습니다

    그의 역할은 진짜 연기자가 나오기 전에 사람들을 웃기는 것
    무대의 중앙에서 비켜선 작은 사람

    그는 왕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으스댔지만
    그 모습이 그를 종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혼자서 걷어차이고, 스스로 뺨을 때리고
    원맨쇼를 하면서 땀을 흘렸습니다
    최선을 다할수록 박수 소리가 작아졌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웃습니까
    그는 웃을 때도 눈물 나게 웃습니다
    나로 하여금 이상한 고백을 받은 기분이 들게 합니다

    인간이 원숭이 흉내를 낸다는 것이
    원숭이 흉내를 내는 인간을
    다른 인간이 보고 웃는다는 것이

    이 꽃은 원래 당신에게 주려던 것이 아닙니다
    나는 지금 당신에게 꽃을 주고 싶습니다
    꽃을 주고 싶어서
    원래부터 붉은 그의 낯빛을
    수줍음으로 읽었는지도 모릅니다

    방금 전까지
    꽃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던 감정이 낯설어집니다
    물끄러미 빠져나갑니다

    이 꽃은 원래 당신에게 주려던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를 연기하지 못하는 사람을
    아마추어라고 부릅니다

    (그림 : 변지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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