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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씩 떠나간다
하늘이 불러서 떠나고
도회가 꾀어서 떠나간다
남은 자들의 무력함
마을 제실 기둥 석가래에 좀이 피고
기름진 옥토는 쑥대밭이 되어버린 지금
호미질 한 번 배워 보지 못한 내게
이백여 평 집앞 텃밭도 이내 잡초 밭이 될테고
전원이란
몸이 기억하는 도시의 모든 것들을
처분해야만이 견딜 수 있는 제 스스로 채운 족쇄
양달에 앉아 강아지 밥을 주며 건내는 방백 몇 마디
이따끔씩 찾아와 주는 집배원의 인사 몇 마디
멀리서 통통거리는 낡은 경운기 소리
그리고 바람소리
또 한 번의 봄날은 그렇게 간다
(그림 : 김애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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