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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종 - 목포사람
    시(詩)/시(詩) 2021. 6. 20. 16:24

     

    목포에 가며는
    홍탁에다 갈치속젓 한 가지만으로도
    맹헌 낫뿌닥 솔찬히 불콰혀지는디
    쩐득쩐득헌 낙지발이며 멍게, 해삼, 개불, 전복, 소라꺼정 디려서는
    씹을수록 개미지고 오돌토돌한 감흥이라니
    오메! 얼척없당께
    머시기도 거시기도 벌벌 살아나서는

    목포에 가며는
    거그 허름한 밥집에 가더라도 반찬이 말이 아니당게
    명란, 창란, 밴댕이, 꼴뚜기, 곤쟁이, 육젓, 멸젓, 어리굴젓에다
    입천장 데이는 매생이며 매콤한 바지락이며 모시조개, 백합, 홍합탕이며
    생미역, 다시마, 감태, 청태, 물김, 함초, 뽀시래기, 톳, 가사리꺼정 내놓고는
    차린 것이 없지만 싸게싸게 드시라고 허니
    타지에서 오신 분들 눈이 화등잔만혀지징

    목포에 가며는
    농어, 광어, 숭어, 우럭, 도미, 도다리가 뻐끔거리고
    문저리도 짱뚱어도 놀래미도 모치도 오도리도 퍼덕거리는디
    낙지탕탕이, 낙지볶음, 낙지전, 낙지호롱이, 낙지초무침, 연포탕이 모다 구성지고
    백성의 괴기인 민어회도 좋고 보양식인 민어백숙도 좋고 이따만한 민어찜은 또 어떻고
    꽃게무침이며 꽃게찜이며 꽃게탕이며 매콤헌 꽃게살비빔밥이며
    아, 입 안이 얼얼한 아구찜이며 미나리 데쳐먹는 아구탕이며 황시리, 코다리지짐이며 생선매운탕, 지리탕꺼정
    아심찮다 아심찮다

    애말이요 목포에 가서는
    푹 삭힌 홍어회가 코를 팩 쏘지
    얼큰한 홍어탕에다 동태, 도다리, 조고탕에다
    참복, 황복, 쫄복에다 물메기탕, 오징어물회로 속풀이를 허고
    갈치구이, 딱돔, 고등어구이, 전어, 장대, 장어구이 잘도 발라 묵으면 목포사람 다 된 거지
    감태 한 점 입에 넣으면 아, 목포바다가 시퍼렇게 펼쳐지징
    병치, 덕자 한 점 깻잎에다 밥 한 술 떠서 올려놓고는 마늘, 고추, 된장 넣고 쌈 싸 묵으면
    징허기도 그미가 그립더만
    어떡거나 뿔소라껍질 귀에 대면 파도소리, 바람소리, 멀리서 그대 숨소리까지 들려오는디

    (그림 : 전수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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