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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종 - 목포여자
    시(詩)/시(詩) 2021. 6. 20. 16:26

     

     

    목포여자라면
    짭조롬한 바닷내가 난다네
    먼바다 다랑어 정어리 냄새도 나고
    뒷개 갯내도 나고 미역 다시마 냄새도 난다네
    목포여자라면
    채워도 채워도 허기진 아픔이라네
    뻘낙지처럼 쫀득거리고
    홍탁처럼 톡톡 쏘기도 하고
    고래심줄 질긴 맛도 난다네
    목포여자라면
    보릿고개도 시한도 가뭄도 이겨냈다네
    남정네들
    모 아니면 도라고
    중선배를 타고 동지나해로 나가거나
    꽃다방이나 방석집을 뻔질나게 기웃거리지만
    목포여자들 안팎살림 도맡아서
    농새도 짓고 질쌈도 허고 리어카도 끌고 물지게도 지고
    갯바닥 나가서 낙자도 캐고 조개도 줍고 감태 청태 뜯어 오고
    부두에서 노무도 하고 조고도 따고 그물코도 뜨면서
    갯바람에 깎이고 깎여서 다리 절고 허리 구부러졌다네
    그래도 목포여자들 억척으로
    그 옛날 몸빼바지 그대로 수건 두르고
    서산동, 온금동 오르내리면서 고물도 줍고
    죽교동, 남교동 거리거리 노점도 허고
    항동시장 하꼬방에서 생것장시도 헌다네
    파도에 밀리고 밀려서 뒷걸음치면서도
    꾸짖는 목소리 욕설은 용댕이바다를 건너간다네
    멍게껍질처럼 붉어지고
    갈치창젓처럼 불 댕기고
    내내 얼굴만 봐도 죄스럽고 죄스러운 여자
    문두에 홍등 걸어놓고는 한꺽 두꺽
    조금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네

    (그림 : 박석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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