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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웅 - 발밑이 제일 미끄럽다시(詩)/시(詩) 2021. 6. 20. 16:14
한파 주의보가 내렸다.
내린 눈이 녹을 새도 없이 얼어붙고
사람들은 발밑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얼마나 미끄러운 사람인지
불안정한 사람인지
이때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마치 지구의 온갖 흔들림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듯이
자신이 서 있는 처지를 조심조심하며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것이다.발밑은 제일 미끄러운 곳이다.
아무리 묵직한 몸집일지라도
좁은 발바닥으로 넘어지는 것이다.
두 팔과 자신의 모든 균형을 동원해서라도
미끄러운 두 발에 협조하는 것이다.
한 번 넘어진 발일지라도
또 일어서서 그 두 발로 걸어야 한다.어떤 밤엔 꿈속도 꽁꽁 얼어서
잠든 내내 온몸을
허우적거릴 때도 있다.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관계들마다에
든든한 마음의 지지대를 만들어 놓고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이다.(그림 : 김종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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