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척과
안 그런 척 중
나는 그런 척을 하겠어요그런 척에는 내가 채워 넣어야 할
여분이 빌린 돈처럼 남아 있지요
그걸 채우려고
그래서 척이 아닌
진짜 모습이 되려고 노력하다보면
있는 척했던 것들이 정말
있는 것들이 되어 있었지요척, 그건 목표치 같은 것이지요
빈 통장 같은 것이지요
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는 마음이지요
있는 척 해 놓고
진짜 있게 하는 것이지요
꽃 피우려는 것이지요생전의 어머니는 있어도
없는 척하라고 하셨지만
그건 없는 것 뒤에
온갖 보물들을 숨기는 일이잖아요
차라리 있는 척 뒤에 숨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허풍쟁이가 되겠어요
허풍은 저의 교훈이에요
허풍이 파 놓은 구덩이를
성실하게 메우면 되잖아요그러니 아는 척과 모르는 척 중
아는 척을 하겠어요
그건 모르는 것을 정말 알고 싶다는 의지니까요
오늘 너스레와 함께 뱉어낸 허풍은
오늘 내가 채워야 할
목표치 같은 것이니까요(그림 : 이상권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기종 - 목포사람 (0) 2021.06.20 박무웅 - 발밑이 제일 미끄럽다 (0) 2021.06.20 박청환 - 배웅 (0) 2021.06.19 구판우 - 곰삭힘에 대하여 (0) 2021.06.19 박주하 - 빗방울들 (0) 2021.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