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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무웅 - 척
    시(詩)/시(詩) 2021. 6. 20. 16:13

     

    그런 척과
    안 그런 척 중
    나는 그런 척을 하겠어요

     

    그런 척에는 내가 채워 넣어야 할
    여분이 빌린 돈처럼 남아 있지요
    그걸 채우려고
    그래서 척이 아닌
    진짜 모습이 되려고 노력하다보면
    있는 척했던 것들이 정말
    있는 것들이 되어 있었지요

     

    척, 그건 목표치 같은 것이지요
    빈 통장 같은 것이지요
    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는 마음이지요
    있는 척 해 놓고
    진짜 있게 하는 것이지요
    꽃 피우려는 것이지요

     

    생전의 어머니는 있어도
    없는 척하라고 하셨지만
    그건 없는 것 뒤에
    온갖 보물들을 숨기는 일이잖아요
    차라리 있는 척 뒤에 숨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허풍쟁이가 되겠어요
    허풍은 저의 교훈이에요
    허풍이 파 놓은 구덩이를
    성실하게 메우면 되잖아요

     

    그러니 아는 척과 모르는 척 중
    아는 척을 하겠어요
    그건 모르는 것을 정말 알고 싶다는 의지니까요
    오늘 너스레와 함께 뱉어낸 허풍은
    오늘 내가 채워야 할
    목표치 같은 것이니까요

    (그림 : 이상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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