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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 언제 밥 한 끼 하자는 말시(詩)/시(詩) 2021. 6. 20. 16:29
언제 밥 한 끼 하자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허언이라네
한 끼의 밥을 같이 한다는 것은
마주 앉아 당신을 정면으로 응시한다는 것
숟가락과 젓가락 속도를 가늠하면서
당신의 허기와 생의 공허를 알뜰히 살핀다는 것
그리하여 점차 얼굴에 번져가는 포만의 기쁨을 함께 한다는 것,
부도난 수표처럼 철 지난 꽃잎처럼
바람에 산산이 흩날리는 언약일지라도
언제 밥 한 끼 하자는 말에는
시들해진 심장을 뛰게 하는 이상한 힘이 있다네
세상엔 혀 속에 뼈를 감춘 말도 많고
소 닭 보듯 무심한 눈동자도 굴러다니는데
언제 밥 한 끼 하자는 말은
얼마나 동글동글한 물수제비인가
꽃을 널뛰는 나비의 희롱인가
안부 묻듯이 지나가는 말로 하는
언제 밥 한 끼 하자는 사람의 입속엔
분명 화해의 복류수가 혀 아래로 흐르고 있을 것이다(그림 : 이윤빈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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