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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 포구를 지나
모래 언덕 신두리로 가는 길
비가 오더니 흰 찔레가 피었다.
모래로 반쯤 가린
꽃냄새 없이 웃고 있는 야생화
모래를 마시며 모래가 되어가는
모래에 갇힌 신두리
바람이 모래를 파다가 들꽃을 기른다.
도처가 안도의 정적
잔잔한 파도가 옆에 따라 붙는다.
숨이 차 헐떡이던 일상과
아우성의 도시가
썰물로 저만큼 밀려간다.
저 음험한 세상이 땅땅 박아논
못들을 빼고
마침표를 찍고싶은 신두리.
30분을 걸어도 사람 하나 만날 수 없었다.
모래처럼 가벼워졌다. 신두리에서.
신두리 :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그림 : 이유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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