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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시간을 먹었는데
아직도 그립다 하며 빈 수저를 핥는다
식욕을 물려받고 수저 쥐는 법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잊지도 않는다
나는 나의 아름답지 않던 모든 시절을 믿는다
당신의 손에는 너무도 많은 물이 담겨 있다
잡으려 할 때마다 파문이 일고 자리마다 검버섯이 자란다
기어코 손등까지 차오르던 고요
당신에게 건넬 말을 물고 오물대던 순간들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먹을 수 있을까
묻던 말만 가득 담긴
빈 그릇 빈 수저
(그림 : 변응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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