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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베던 아해가 키 높은 목련꽃 예닐곱 장 갖다가 민들레꽃 제비꽃 하얀 냉이꽃 한 바구니 모아다가 물 촉촉 묻혀서
울긋불긋 비벼서 꽃범벅, 둑에서 앓고 있는 백우(白牛)한테 내미니 독한 꽃내 눈 따가워 고개를 젖고
그 맛좋은 칡순 때깔나는 안들미 물오른 참쑥 키 크다란 미나리를 덩겅덩겅 뜯어서파란 꽃떡 만들어서 쏘옥쏘옥 내미니
소가 히이- 우서서 받아먹어서 한 시루 두 시루 잘도 받아먹어서
아하, 햇살은 무뎌질만큼 따스웁더라
아해는 신기해서 눈물나게 슬퍼서 하도 하늘 보며 초록웃음 웃고파서 붉게 피는 소가 못내 안타까워서속털도 빗겨주고 눈도 닦아주고 얼굴만 하염없이 쓰다듬고 싶어서 깔끌한 혓바닥이 간지러워서
꽃과 같이 하르르 소에게 먹혔더라
이 봄에 꽃들이 너무도 쓸쓸해지면
곁불 쐬러 나온 나비가 겁먹은 왈츠를 춘다
소는 제 안만 디려다보고 아릿아릿 아려서 시냇같이 줄줄 눈물만 흘려서 발굽 차고 꼬릴 들어 훌-훌- 치달려서철쭉 송화 우거진 산에 숨어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아하, 앞산에 봄이 오자 꽃부터 진다
(그림 : 양달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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