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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둥근 말을 이 다정한 말을 왜 누르고 살아야 하지?
말없이도 알아듣고 말없이도 통하면 얼마나 좋아.
모르겠는 걸, 도통 모르겠는 걸 어떡하냔 말이지.
쑥스럽다거나 헤퍼 보인다는 것도 다 꼰대들의 철벽이지.
사랑해사랑해사랑해 호접란에 물을 줄 때마다 속삭였더니 윤기가 도는 이파리 좀 봐.
피어나는 꽃잎을 봐. 그냥 미소가 번지잖아. 웃음이 툭툭 터지잖아. 온몸에 향기가 돌잖아.
사랑해, 라고 말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말이 아무것이 되어 마술을 부리게 되지.
역병의 그늘도 뒤집을 수 있는 이 말랑말랑한 말을 이 뜨거운 말을 왜 아끼고 살지?
우연히도 인간이라 불리며 이곳에 있는 너는 나는.
(그림 : 김현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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