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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빛나 - 분홍 슈즈시(詩)/시(詩) 2021. 3. 1. 11:57
매년 너는 다른 걸음으로 온다
눈 깜박할 새 수놓아진 꽃잎의 이력서로 봄을 준비하는 발
그 위에 여섯 개의 심장과 손톱만큼의 수줍음과
죄 없는 형질 사이에 말(馬)들의 눈빛을 달고 있어
벚꽃을 신은 넌 통영 뱃전에서부터 동피랑 언덕까지 봄물 들어 더딜 틈이 없다고
여기, 반쯤 걸친 외투는 뱃고동 편에 보낼게
꽃잎이 흩뿌려지는 날은 하루 종일 가슴이 부풀어 올라 풍선을 문장에 끼워 공기보다 가볍게
너와 겹치는 슈즈를 신고
같이 드레스 꽃자락 위를 뛰어 다니곤 하지만
올해는 추워서 다섯 걸음 늦었고
꽃받침에 싸인 언 발바닥은 두렵지 않을까
떠나는 것이 많은 동안 내 손가락은
남은 날을 헤아리는 버릇이 돋아나지
겨울 풀린 춘분(春分)보고서에
길이가 같은 두 마음이 전부라고
걸음이 빠른 넌 분홍 발목을 얹고 서호항 귀퉁이에 서서 꽃비늘 자락 날리며
발을 구른다
내 안에 간직한 분홍빛 회상을 자귀 꽃불처럼 불러일으키는 봄밤
(그림 : 나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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