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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 - 혼술의 태도시(詩)/시(詩) 2021. 3. 1. 11:59
휴대폰이 나를 들여다보는 밤
한 잔의 감정을 넘긴다
기포 너머 아른거리는 자리에
나를 앉히고
맞은편 내가 나에게 빠져들 때까지
대작은 계속되지
당당한 궁색은 낭만적이야
통성명도 필요 없고 주량도 상관없어
그 수위는 항상 내 쪽으로 기울고
안주는 외로움이어야 하지
우울한 과거를 불러들이는 건 금물이야
누적된 연민과 지친 기억을 단숨에 들이켜지
흐릿한 조명 아래
감당할 수 있는 취기가 턱을 괴지
귀를 적시는 여음이 술잔에 섞이면
냉정한 도수도 상냥해지지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야
침묵은 오늘 밤의 예의,
애썼다 수고했어 괜찮아
아무도 위로 해주지 않는 나를,
내가 마셔주는 밤
(그림 : 김승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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