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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 백 년쯤 홀로 눈에 묻혀도 좋고시(詩)/시(詩) 2021. 2. 27. 14:00
진눈깨비라고 말하고 싶지만,
당신 설레는 눈은 눈이라 우기고
풋 풋 날리는 먼 나라에서 온 거짓말 같은
눈이 있고
꼭 사람 같아
속는 바보, 그게 눈이고
당신 없는 눈은 양념 빠진 콧등치기국수
눈 투정도 해보고
바람을 타고
눈에도 한둘 우습게 들어가는 눈, 당신은 내게 고개 돌리고
마당귀 숫눈에 썼다가
당신 눈에 썼다가
이런 날은 촛불을 켜고 함께 흔들리고 싶고
눈이 오는 날에는
눈동자에 뭉치고 눈밭에 빠지고
추워, 슬쩍 기대라고 눈은 무장 내리고
눈이 오면
시간이 얼고 시간이 녹고
눈은 눈길을 지우고 눈길은 눈을 닫고
사라진 기억은 하얀 것이어서
슬픈 눈으로 오고
당신이 내게 내린다면
백 년쯤 홀로 눈에 묻혀도 좋고
(그림 : 장용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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