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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삶은 곡선이다
장독대 옆에 앉아 있던 참새가
길 건너 전깃줄까지
직선으로 몇 번 왕복할 동안
나비는 갈지자 날갯짓으로
샐비어와 분꽃 사이를 맴돈다
아버지는 바람같이 대처를 돌아다녔고
엄마는 뒷산 손바닥만 한 콩밭과
앞들 한 마지기 논 사이를
나비처럼 오가며 살았다
나비의 궤적을 곧게 펴
새가 오간 길 위에 펼쳐본다
놀라워라 그 여린 날개로
새보다 먼 거리를 날았구나
엄마가 오갔던 그 길
굴곡의 멀고 긴 아픔이었구나
(그림 : 황두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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