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주문진 항은
고래처럼 숨을 쉰다
한철 바다 이랑 일구던
통통배들이 코뚜레로 엮여 있다
인적 없는 부두
흐릿한 가로등의 경계
밤의 호령인 듯
소리 없이 둘러싼 바다 안개
나는 고래를 묶어두었다던 부두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신다
고깃배들은 뱃머리를 부딪치며 끼익, 끼익
고래 우는 소리를 낸다
어두운 골목으로 우우 몰려가는 찬 바람
방파제에 온 몸을 부딪는 파도
문득 취한 고래 한 마리가
술잔 속에서 툭, 튀어나올 것만 같다
고래들은 바다로 뛰쳐나가고 싶어서
물살에 몸을 비벼댔을 것이다
헤어진 애인 소식처럼
고기 떼들은 멀리 사라졌을 것이다
이봐, 흔들리는 게 삶이라면,
또 한 잔
주문진,
먼 바다에서는
고래가 제 가슴을 치듯
꼬리로
바다를 치는 소리가 들린다(그림 : 김성호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영시 - 비슬산 , 웃음짓다 (0) 2020.11.11 박완호 - 오늘의 당신 (0) 2020.11.10 윤성관 - 게 (0) 2020.11.08 전명수 - 미나리 궁전 (0) 2020.11.06 김정원 - 탕수육 (0) 2020.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