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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과 몸치장은 애초 외계인의 호사였고
옷에서는 두엄 냄새가 났던 농투성이, 아버지가
하루는 독립투사처럼 흰 두루마기를 걸치고 갈빛 중절모를 눌러쓰고
어디론가 나를 데리고 갔다
오래 전부터 작심한 듯
아버지가 나를 앞세우고 간 곳은 만리장성이었고
식탁에 바르게 앉아 바위 구르는 목소리로 주문했다
"탕수육 하나 짜장면 둘, 주세요."
음식이 나오자 아버지는 탕수육 한 점 맛보더니
"내 입맛에는 안 맞다. 너나 많이 먹어라."하며
내게 접시 채 밀어주었다
엊그제 아들 중학교 졸업식 날
나는 '자금성'에서 짜장면 두 그릇, 탕수육 한 접시, 사이다와 이과두주를 주문했다
탕수육 두서너 점을 집어먹고
짐짓 탕수육 맛을 모르는 아비처럼 한참 바라보았다, 해찰 한번 하지 않고 탕수육을 먹던 녀석 모습을
그때, 까마득한 저편, 묵은 기억의 별빛마저 창백한데,
세상에 없는 나의 만, 리, 장, 성,
아버지가 생각났을까, 왜,
별안간
(사진 : 올뉴질랜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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