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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수 - 미나리 궁전시(詩)/시(詩) 2020. 11. 6. 19:13
실개천이 흐른다
한겨울 이기고 초록빛으로 일렁인다
서릿발에
녹고 흐르며 시간을 보냈다
낮은 집 사이사이
진흙 속에서 빈 기둥이 솟는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밑가지가 소리 없이 옆으로 퍼져간다
길의 안과 겉 경계도 없는 곳
간격도 없이
골목마다 흐드러진 미나리
아무도 모르게 고이고 썩는 것보다
다 꺼내어 온몸을 비우고 싶다
반복되는 다짐이다
천안 중앙시장
사는 동안 바람이 사라지지 않듯
미나리 궁전이 있다
(그림 : 김의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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