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생진 - 허여사(許女史)! 진도홍주3시(詩)/이생진 2020. 11. 9. 14:05
그녀는 홍주를 만들며 고양이와 산다
고양이는 새끼가 여섯 마리
추녀엔 포도넌출이 올라가며 고양이를 내려다보고
팔손이나무엔 콩새가 세 마리
홍주엔 꿀을 타야 취기가 누그러지고
안주엔 김이 좋다며 홍주를 권한다
가끔씩 눈물을 보이는 것은
사노라고 흘렸던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
그림을 하던 박화백이 홍주를 좋아했고
판화를 하던 오윤이가 이 방에서 3개월
홍주로 살았다며
홍주도 예술이라고 말하려다 수줍는다
가끔 자기 감정에 취해 울을 때
콩새도 팔손이 열매를 입에서 떨어뜨리며 울었다
오윤이 죽었을 때 홍주를 들고 상여를 따라갔다며
자기 장례식에 간 것처럼 울었다
나보고 이쪽 방에서 홍주랑 살라하는데
나는 멋쩍어서 머리를 흔들었다(그림 : 박양예 화백)
'시(詩) > 이생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생진 - 절망 (0) 2021.10.05 이생진 - 너는 늙지 마라 (0) 2021.09.16 이생진 - 허여사(許女史)! 진도 홍주1 (0) 2020.11.09 이생진 - 기다림 (0) 2017.09.07 이생진 - 밤 바다와 그리움 (0) 201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