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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 통로는 내일모레야시(詩)/시(詩) 2020. 10. 1. 17:24
침묵과 배반은 어색한 동지야
통로를 모르니까 들어서는 동지
때로는 동지가 둥지도 되지만
철저한 등이 되기도 하지
등을 보이니까 악수를 청하고 싶은 건 아닐까
집이 떠맡은 가족 중
침묵이 어울리는 가장은 어디나 있지
오늘도 내일모레고, 내일모레도 오늘인
표를 달고 다니는 가장은...
길에 익숙하니까 항시 길을 놓치는 거야
너덜너덜해진 기대와 실망이
밥상에서 신발장에서 뒹구는 동안
집이 가장 성실하게 지켜보는 건 뭘까
눈이 부시니까 깜깜한 곳에 서보는 집의 눈이
내일모레에 대한 반복 언어가
꽃이 피면 열매가 되기는 할까
가장의 약속이 번번이 저당 잡혀도
가족은 무수한 내일모레를 기다려도 될까
멀리 떠나보면 돌아가고 싶어질지도 모르지
이름을 불러주면 노래하고 싶은 것처럼
네가 오지 않으니까 내가 가는 것처럼
그래도 가까울 수 없다면
그건 순전히 내일모레 탓이야
(그림 : 김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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